일본에 가면 그 지역에서만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을 찾아보는 것도 여행의 큰 즐거움 중 하나다. 이번 구마모토 방문에서도 저녁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닭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鶏の丸金(とりのまるきん, 토리노 마루킨)光の森店을 방문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닭고기는 정말 익숙한 음식이다. 치킨부터 닭갈비, 삼계탕, 닭볶음탕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닭을 먹기 때문에 일본의 닭요리가 특별할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방문해 보니 우리가 평소 접하던 닭요리와는 분위기부터 먹는 방법까지 제법 달랐다.
특히 작은 불판에 닭고기를 조금씩 직접 구워 먹는 방식과 처음 접해본 닭회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찾아가는 길 링크 참고해주세요...


가게에 도착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입구에서 간판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음식점에 들어가기 전 간판이나 입구 사진을 찍어두는 편인데, 나중에 사진을 다시 보면 그날 어디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기가 훨씬 쉽다.
鶏の丸金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곳은 닭요리를 중심으로 하는 가게다. 일본어로는 토리노 마루킨이라고 읽는다.
가게에 들어서자 전형적인 일본 이자카야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이라기보다는 퇴근 후 동료들과 술 한잔하거나 친구들과 편하게 음식을 즐기기에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개인적으로 일본 여행이나 출장 중에는 이런 분위기의 가게를 좋아한다. 관광객을 위한 화려한 식당도 좋지만 현지 사람들이 실제로 술을 마시고 식사를 하는 공간에 들어가 보면 일본의 일상적인 식문화를 조금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닭고기를 먹는 방법이었다.
테이블에 나온 불판을 처음 봤을 때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서 조금 놀랐다.
한국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다고 하면 테이블 가운데 커다란 불판을 놓고 삼겹살이나 소고기를 한꺼번에 올려 굽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작은 불판에 닭고기를 조금씩 올려 직접 구워 먹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작은 불판에 언제 다 구워 먹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막상 먹기 시작하니 오히려 이 방식만의 재미가 있었다.
불판 위에 닭고기를 한꺼번에 많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먹을 만큼 조금씩 올려 굽는다. 고기가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술 한잔하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식사 속도도 느긋해진다.


닭고기가 불판 위에서 익으면서 나는 고소한 냄새도 좋았다. 잘 익은 닭고기를 바로 집어서 먹으니 따뜻하고 촉촉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식 고기구이가 빠르고 푸짐하게 먹는 즐거움이 있다면 이곳의 작은 불판은 천천히 구워가며 술과 함께 즐기는 재미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다만 닭고기는 돼지고기나 소고기보다도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속까지 완전히 익었는지 확인하면서 먹었다.

여러 닭요리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닭회였다.
한국에서는 생선회나 육회는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닭고기를 회 형태로 먹는 경험은 흔하지 않다. 그래서 메뉴를 보면서도 처음에는 조금 신기했다.
실제로 테이블에 나온 닭회를 보니 평소 알고 있던 닭고기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다.
'닭고기를 이렇게도 먹는구나.'
이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구운 닭고기와는 식감부터 전혀 달랐다. 불판에서 구운 닭은 따뜻하고 고소한 맛이 중심이라면 닭회는 보다 담백하면서도 독특한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보니 이날 먹었던 여러 메뉴 중에서도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았다.
물론 생닭 또는 충분히 가열하지 않은 닭고기는 식중독 위험이 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적극적으로 권하기는 어렵다. 특히 건강 상태에 따라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일본에서는 이런 방식의 닭요리도 있구나'라는 새로운 음식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인상 깊게 느꼈다.

鶏の丸金은 닭요리 전문점답게 술과 함께 천천히 식사를 즐기기에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작은 불판에 닭고기를 올려놓고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술 한잔을 하게 된다. 고기가 익으면 한 점 먹고 다시 새로운 고기를 올린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라기보다 음식을 천천히 즐기는 시간이 된다.
개인적으로 일본 이자카야의 매력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음식을 한꺼번에 주문해서 빠르게 먹기보다는 여러 가지 메뉴를 조금씩 주문하고 술을 곁들이면서 대화를 나눈다. 이번에도 작은 불판에서 닭고기를 직접 구워 먹는 시간이 있어서 더욱 일본 이자카야다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번 鶏の丸金 방문을 돌아보면 화려한 음식이나 고급스러운 분위기보다는 '일본에서 닭을 이렇게 먹는구나'라는 새로운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가게에 들어가기 전 찍었던 간판 사진부터 테이블 위의 작은 불판, 그 위에서 천천히 익어가던 닭고기 그리고 처음 보았을 때부터 신기했던 닭회까지 하나하나가 이날의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작은 불판은 처음에는 너무 작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조금씩 고기를 구우면서 술과 대화를 함께 즐기기에 적당했다. 빨리 먹고 일어나는 식사가 아니라 천천히 시간을 보내게 만드는 방식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닭회는 호불호와 안전상의 주의가 필요한 음식이지만 개인적인 여행 경험이라는 측면에서는 이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메뉴였다.
구마모토를 여행하면서 평소와 조금 다른 일본식 닭요리를 경험해 보고 싶거나 현지 이자카야 분위기에서 술과 함께 천천히 저녁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런 닭요리 전문점을 경험해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가 될 것 같다.
여행이 끝나고 나면 유명 관광지보다 작은 식당에서 먹었던 음식 한 접시가 더 선명하게 기억날 때가 있다.
나에게 이번 구마모토 여행에서 그런 기억 중 하나가 바로 鶏の丸金에서 작은 불판에 직접 구워 먹었던 닭고기와 처음 경험했던 닭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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